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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의 시간은 아직도 충남 예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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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첼로피아CelloPia 2022. 8. 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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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여섯식구가 올라온 지 어언 열흘,

그러나 첫째 주안이의 시간은 아직도 예산에 머물러 있다.

떠나온 유치원을 그리워한다.

 

씩씩하게 새로운 곳에 적응을 마치고

친구들이랑 노는게 좋다며 어린이집에 등원해 신나게 다니고 있는 둘째 하연이와 달리 

주안이는 아직도 마음과 시간이 예산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예산에서 다니던 유치원이 아니면 자기는 이 곳에서 아무데도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아빠를 닮아 내성적이고 손재주가 좋아 혼자서 앉아 조물조물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조용히 책읽기를 좋아하는 주안이는 요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등원하는 대신, 집에서 하루종일 색종이를 접고, 마트에서는 엄마의 무거운 짐을 나눠 들고

이동할 때는 동생 주영이의 신발을 신겨주고, 주찬이를 예뻐하며 함께 논다.

동생들 많아도 삐지는 것 한번 없이, 토를 달거나 징징댐 없이, 동생들 도와가며 늘 엄마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맏이.

 

 

 

고맙게도 영특해서 무엇이든 여러 번 이야기해주거나 반복해 가르칠 필요가 없고, 배려심도 깊으며, 학구적인 아이. 기억력도 좋고 호기심도 많다.

색종이라고는 종이비행기 하나만 접을 줄 아는 나와는 정 반대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뚝딱뚝딱 책 보고 접어낸다. 생각도 깊다.

 

아기때부터 한결같이 예쁘고 착한 아들

 

대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을 어려워한다. 겁도 많아 미끄럼틀도 두돌이나 되어 타기 시작했더랬다.

(반면 셋째는 8개월부터 미끄럼틀 위에서 묘기를 부렸다)

어쩜 신랑 성격을 이렇게 쏙 닮았을 수가.

 

기관에 가면 나야 조금 더 수월하겠지만, 아이의 성향에 맞게 강요하지 않고 천천히 이곳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자 기관 이야기는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 가기 전까지 즐겁게 아이가 좋아하는 색종이 접기를 맘껏 할 수 있게 해주고, 주안이가 재미있어 하는 지하철을 타고 박물관 투어를 하며 시간을 귀중하게 쓸 참이다.

 

오늘 저녁도 여느때와 다름 없이 Q.T를 마치고 안수기도를 해 준 뒤, 찬양을 틀어주었다.

막내에게 젖병을 물리며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동생들은 모두 잠들었는데 누워있던 주안이가 갑자기 고요를 깼다. 느닷없이 흐느끼며 어깨를 들썩이며 운다

울며 뭐라뭐라 말 하는데 잘 들리지 않아서 깜짝 놀라 왜 그러냐 물으니

"엄마가..엉엉.. 하늘 나라에 가는게 싫어..." 라며 엉엉 운다.

 

누구나 한 번은 죽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것을 어제 알려주었는데

그것이 정 많고 속 깊은 주안이에게는 엄마와 언젠가 떨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크게 다가왔나보다. 무척 슬프게 흐느껴 울었다.

똑소리나게 영리하고 착한 아이라서 엄마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듬직한 맏이가(그래봐야 7살이지만..) 마치 어린 동생들처럼 흐느끼자 내 마음이 마구 동요하기 시작했다.

 

토닥이며 엄마 하늘나라 주안이 두고 안 갈게, 사랑하는 주안이 두고 어딜 가, 엄마 아주 오래 살게. 알았지? 사랑해! 라며 꼭 안아주었다.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엄마가 하늘나라 가는게 싫다고 몇 번이나 더 눈물을 흘리다가 잠든 주안이.

 

어머님 말씀에 '맏이는 다르다'더니. 정말 그렇다.

동생들 여럿이라 특별히 많이 잘 놀아주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느껴졌다. 울먹이는 아이가 짠하면서도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다독이며, 주안이가 접어 놓은 많은 종이접기 작품들을 내일 액자를 사서 작품을 넣고 벽에다 전시하기로 약속했다.

종이접기 책에 나오는 것들을 다 접었다고 새로운 책이 필요하다는 주안이 말이 생각나 종이접기 급수따기에 도전해 보라고 새 책을 주문해 놓고, 샌달을 신고 싶다는 말에 예쁜 샌달 한켤레도 주문해 놓았다.

해양생물에 관심이 많으니 서울의 아쿠아리움은 어떤지 가봐야 하고.. 부지런만 하다면 기관 다니지 않음으로 인해 오히려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내 시간은 많이 포기해야하겠지만 말이다.

 

학교 입학하기 전에 엄마랑 최고로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자. 아들. 그래서 이 곳 서울이 너에게 마냥 낯선곳이 아닌 행복하고 따듯한 곳으로 다가오게 되길. 사랑해! 

 

+ 오늘 새롭게 하소서 방송으로 인해 정말 수많은 분들께 응원댓글을 받았다. 주님 은혜에 너무나 감사하고 감사한 하루다.